윈난의 차와 티벳의 말을 교환화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길은 해발 5000미터에 달하는 옥룡설산(은빛 용)과 하바설산(황금빛 꽃) 두 산사이를 지난다. 인간이 오름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장엄한 모습은 두려움을 뛰어넘는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뛰어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협곡으로 가장 좁은 곳이 30미터에 달한다. 중국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깍아지런 암벽들로 이루어진 산 중턱에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천길 낭떠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너무 위험해 보이던 그 길을 나는 하루 종일 걷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위험한 길위에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중도객잔까지 가면 마방(상인)들이 머물던 객잔이 모여 있다. 최근에 사람들이 관광을 많이 오는지, 곳곳에 새롭게 건물들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차 한잔을 하면서 넓은 유리창 밖에 펼쳐진 설산이 보여주는 암벽을 마주한다. 고개를 높이 들어야 보이는 정상은 옥황상제가 좌정한 듯하고 아래로는 유유히 흐르는 옥빛 협곡에 마음이 서늘하다.
이 험로를 불교 문화와 차 문화가 교류되었다. 지금보다 더 험난했을 옛길을 오갔던 사람들은 목숨을 걸었으리라. 지금은 가장 힘든 28밴드까지 오르는 경사로를 차로 올라올 수 있었기에 걷는 길은 평지에 다름 없었다. 절벽에는 염소들이 무서워 하는 표정없이 절벽에 붙어서 한가로이 새끼들을 데리고 풀을 뜯고 있고, 사람들이 거슬리지 않는지 가까이 다가와 멀뚱 쳐다 본다. 목숨을 걸고 이 길을 오갔던 사람들과 달리 이곳에 정착해서 객잔을 운영했던 사람들과 염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평화로웠으리라 생각한다.
설산의 동쪽은 나시족들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동파교' 신앙을 가지고 살고 협곡을 경계로 북쪽으로 갈수록 티벳문화를 가진 장족들이 살고 있다. 이 곳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순진함이 어른들은 평화로움이 얼굴에 그려져 있다. 나시객잔에서 티나객잔까지 걷는 길은 12킬로미터 6시간정도이다. 쉬엄쉬엄 갈 수 있는 이 길은 네팔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트랙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절벽위의 서사시'라고 불리는 호도협은 시간을 거슬러 거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어릴때 중국 산수화에서 보았던 풍광이 과장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이 풍광은 산수화 보다 더 과장된 풍광이었다.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지만 몸은 희박한 공기에도 상쾌한 바람을 즐거워 하고 있다.
이 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세계여행을 시작한지 2달이 다 되어간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개념이 옅어져 지금이 무슨 요일인지 떠오르지가 않아 한참을 생각한다. 리장 고성은 평일임에도 많은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어우려져 있다. 전통복장에 화장까지 하고 머리에는 나시족 화관, 은관 등을 써고 전문 사진사들과 함께 거리에 예쁜 곳들 여기저기에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람들과 섞여있다 보면 내가 한국사람인지 헛갈린다. 아무런 차이를 못 느끼고 마냥 같은 민족이며 동류들로 생각된다.
여기 하늘은 잿빛과 은빛 그리고 황금빛으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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