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mazing story of Paul Amadeus Dienach, 폴 아마데우스 디에나흐가 기록한 놀라운 이야기.
폴 아마데우스 디에나흐는 1884년생 스위스-오스트리아 출신의 평범한 독일어 교사였다. 그는 1921년 당시 유행하던 치명적인 전염병인 '기면성 뇌염'에 걸려 1년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게 된다. 그의 의식이 2,000년 뒤인 서기 3906년의 젊은 과학자 안드레아스 노스암에게 깃들어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미래의 의사들은 안드레아스 노스암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판단했다. 디에나흐는 그의 몸을 빌려 3906년 당시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디에나흐는 1년 뒤인 1922년, 원래의 몸으로 다시 깨어났고 이 기이한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일기 형식으로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그리스로 이주했다가 숨을 거두며, 자신이 아끼던 애제자 조지 파파차지스(George Papachatzis)에게 이 독일어 일기장을 넘겼다. 이 일기장이 훗날 번역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된다.
<미래연대기에서 묘사하는 서기 2000년부터 3900년까지의 인류 역사>
21세기부터 23세기까지 인류는 인구 과잉과 대파멸을 겪게 된다. 21세기에는 인구 과잉, 식량 부족, 국지적 전쟁 등이 지속된다. 2204년에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2,000만 명에 이르는 이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60년 뒤 대규모 자연재해로 화성 식민지가 모두 파괴되면서 그곳에 거주하던 지구인들은 거의 전멸한다. 2302년에는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인류 문명이 대부분 파괴되는 파멸을 겪게 되고, 이후 인구를 통제하는 단일 세계정부가 수립된다.
24세기부터 29세기까지는 인류 문명의 황금기가 시작되며, 영적 진화를 통한 개화를 맞이한다. 2396년 독재적인 세계국가가 무너지고 국경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지구연합정치가 시작된다. 2892년 인류는 뇌의 잠들어 있던 영역이 깨어나 새로운 감각기관을 얻게 되고, 한 단계 진화하는 영적 성장을 이룬다. 이때부터 말과 글로 표현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텔레파시'와 같은 감각이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34세기부터 39세기까지 인류는 신인류 시대(Homo Occidentalis Novus)로 진화한다. 3382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등장하여 인간에게 숨겨져 있던 초자연적인 감각을 모두 개방한다. 이로 인해 인류는 우주 에너지를 느끼고,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3906년은 디에나흐가 안드레아스 노스암이라는 과학자의 몸에서 깨어난 바로 그 시대이다. 이때의 인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오로지 예술, 철학, 영적 탐구 등 우주가 보여주는 경이로움을 경험하는 데만 시간을 보낸다. 지구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처럼 아름답게 가꾸어졌고, 가난과 질병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책은 작가의 치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인지, 아니면 실제 사실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역사, 문화, 영성과학 분야를 아주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현재 이 책을 영어 번역본으로 읽고 있다. 요즘은 마치 성경이나 불경을 대하듯 매일 한 구절씩 반복해서 읽으며 그 의미를 깊이 음미하고 사색에 잠기곤 한다. 우리는 이 땅에서 겨우 100년 남짓을 살고 간다. 호모 사피엔스가 20만 년을 지내오며 역사상 위대한 철학자들이 말해왔던 진리들은 이제 과학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현대 과학은 과거에 우리가 마법이라 여겼던 일들을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보여준다. 특히 세계를 이루는 원자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한때 환상이나 동화 속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다중세계, 시간 역전, 확률적 세계 등이 거의 사실임을 물리학이 말해주고 있다. 나아가 의식의 영역 또한 단순한 종교나 철학의 변두리가 아니라, 과학으로 분석해 나갈 수 있는 실재(實在)임을 알게 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오래된 이야기처럼 영혼이 머무는 본향이 어딘가에 정말 있다면, 지금의 육체는 그저 잠깐 머물다 가는 껍데기일 뿐일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로저 펜로즈는 인간의 의식을 인공지능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설명한다. 그는 과학자로서 종교철학처럼 신비주의적인 영혼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의식 세계가 컴퓨터의 연산(알고리즘)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저서 《황제의 새 마음》에서 그는 인간의 의식이 컴퓨터로 구동되는 인공지능과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 속 신경세포(미세소관)에서 양자 중첩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서, 인간 고유의 독특한 영감과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펜로즈는 우주가 세 가지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만지고 보는 '물질적 세계', 마음과 지각이 존재하는 '정신적 세계', 그리고 수학적 진리와 완벽한 개념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플라톤적 수학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디에나흐가 쓴 책 속에서 인류는 영적 성장과 진화를 통해 새로운 감각기관이라는 안테나를 깨우고, 우주적 실재인 직접적인 지식(Direct Knowledge)에 접근하는 능력과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삶에서 자신이 고통을 받았던 위치에도, 혹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었던 위치에도 서 보았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미래의 인류는 더 이상 타인을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 한 번의 삶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알기에, 눈앞의 물질적 집착에서 벗어나 서로를 위해주고 희생하는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얽히고설킨 채, 서로 대립하고 미워하며 덧없는 욕심 속에서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주가 감추어 둔 영원한 진실에 가만히 눈을 뜨게 되면,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이 모든 갈등과 결핍은 그저 먼 훗날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작은 정화의 과정일 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단 한 번의 단편 소설이 아니라, 시공간을 흐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대서사시의 한 페이지일지도 모릅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듯, 먼 미래의 인류가 전해온 따뜻한 위로는 우리의 서툰 오늘을 가만히 보듬어 줍니다. 이번 생이라는 짧은 여행길 위에서,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는 대신 기꺼이 사랑하고 품어주어야 할 이유는 이미 우리 내면의 깊은 안테나에 선명한 울림으로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도달할 그 거대한 우주의 정원을 꿈꾸며, 오늘 내 곁의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 한 자락이 바로 그 눈부신 진화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