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

영화 "왕과 사는 남자"

1600만 관객을 넘어선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내 마음에 들어오고 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은 내가 가진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남겨,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전해주고픈 마음에서다. 나는 비내리는 영화를 좋아한다. 커다란 스크린에 화면 가득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 어떤 영화라도 일단 좋은 감정을 가진다. 오래전 "비오는 날의 수채화" 영화는 지금도 내 마음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동감을 준다. 그리고 그때 들었던 동명의 영화음악은 여전히 내 입가에 흥얼거릴 수 있다. 김현식, 강인원, 권인하 세사람이 내게 준 것은 삶에 대한 응원이었고 휴식이었다. 영화를 만들 수 있을거라곤 상상을 하지 못했지만, 요즘 나는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기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가진 서정적 감정들을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느끼고 싶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나누고 싶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이 가진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애틋하고 고요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2시간 내내 그 감정이 선사하는 향기에 흠뻑 젖고 싶다. 그 뿐이다.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 목적은 내가 느낀 아름다운 인간 감정들에 대한 공유 그자체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사실 그렇게 감동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인간 "장항준 감독"에 대한 애정과 궁금함이 더 컸다. 가끔 그가 출연한 방송이나 지인들이 들려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부자집 자제에서 갑자기 가난해졌지만, 해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져서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기 보다는 코믹한 만화속에서 있을 법한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 동안 그가 만들었던 작품을 본 것은 라이터를 켜라, 박봉곤 가출사건, 싸인 등 서너편이 전부다. 그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았던 이 작품들은 꽤 괜찮은 작품이었지만, 내게 감동을 준 작품들은 아니었다. 왕과 사는 남자로 흥행감독으로 일어섰지만, 이 영화 역시 나에게는 솔직히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단종이라는 인물에 대한 무지를 깨우치게 하고, 단종이 미친 역사적 영향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통성"이라는 가치를 지키지 못했던 세조가 후대에 받게 되는 평가는 감정을 빼고 보면 사실 흔한 인간세상 역사에서 그리 대단히 잔인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권력을 강하게 탐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내 삶과는 동떨어진 환상적 이야기라는 생각일 뿐이었다. 내가 세조가 결정한 삶이 나와 동떨어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 영화를 보면서이다. 문득, 내가 한국사람이고 세조는 나에게는 동족이며, 선조이며, 핏줄이거나 공동체 일원이라는 연결됨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에 강하게 결합된 것을 느끼게 했다.

 

세조에 관한 영화 중 한재림 감독이 만든 "관상"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작품이었다. 좋은 각본과 좋은 배우들이 조화를 이룬 발군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운명과 같은 관상을 주제로 인물들이 그리는 결과들에 대한 사전 암시들이 이뤄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세조는 그리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영웅처럼 생각되었다. 왕과 사는 남자을 보기 이전에는 그러했다. 내가 왕과 사는 남자를 본 후 알게 된 현실 감각은 영화가 아니라 나의 삶이었다. 연결된 현실 그 자체.

 

역사에 묘사된 단종은 세조실록과 야사에 각각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씌여져 있다. 그 다름에도 나는 단종이라는 우리 선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것은 지금 오늘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메이져 신문사들에서 전해주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나 새로운 미디어로 떠오른 유튜브의 많은 채널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정치인들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단종이 겪었던 이야기는 먼 옛날 조선 이야기일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통성"을 만든 것은 우리 인간들이 가진 공동체 도덕 가치인 것이다. 공동체가 문화적 연결체로서 가지는 가치가 정통성을 만든다. 정통성을 마음에 새기고 있는 정치인과 그렇치 못한 정치인들의 차이가 세조와 단종만큼이나 차이를 만든다. 관상쟁이가 예언대로이 후일 목이 잘린 한명회는 명예를 잃어버리고 부관참시를 당한다. 오늘날 의롭지 못한 정치인들은 후일 그에 상응한 댓가를 치루게 된다는 것이다. 의로운 정치를 하고, 가치를 중심에 품은 정치를 해야 오늘날에도 후일에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정통성을 잘 유지하고, 국민들 모두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이런 가치를 올바르게 배워야 한다. 용기있고 가치로운 사람들로 대한민국은 변모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우리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후손들에게 빛나는 시대를 선사할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내가 사는 현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보여준 영화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순수한 예술적 감성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죽기전에 나도 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성적 아름다움을 공유해줄 서정적인 영화, 우리 인간들에 대한 무한하고 깊은 동반자가 되어줄 사랑 영화를 만들고 싶다.